불편한 편의점 / 나무옆 의자/ 김호연
불편한 편의점 내용 중 일부 발췌
p42 아르바이트생 오 선숙은 노숙자 출신 곰탱이(독고)를 보며 스무 날 밤을 새우며 의성마늘 햄과 쑥 음료를 아무리 먹어도 사람이 될 거라 믿지 않았다. (중략) 독고 씨는 선숙 씨에게 남편과 아들에 이어 이해 못 할 세 번째 남자였지만 변하지 않는 실망을 주어 이해할 수 없게 만든 두 사람과 달리 이번엔 변신에 가까운 변화를 보여 이해할 수 없게 만든 경우였다.이후 신기하게도 독고 씨와 마주치면 이해하기 힘든 심정과 답답한 느낌은 사라지고 묘한 안도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게 선숙 씨만 그런 건 아니었던지 편의점에 오전 시간은 조금씩 햇살의 방향이 바뀌듯 그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었다.
p123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니까 조용해졌어. 다들 너무 자기 말만 하잖아. 세상이 중학교 교실도 아니고 모두 잘난 척 아는 척 떠들며 살아. 그래서 지구가 인간들 함구하게 하려고 이 역병을 뿌린 거 같아. 마스크가 불편하다 코로나에 이거저거 다 불편하다 나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떠들잖아. 근데 세상이 원래 그래. 사는 건 불편한 거야"
p124 강은 빠지는 곳이 아니라 건너가는 곳임을 다리는 건너는 곳이지 뛰어내리는 곳이 아님을 부끄럽지만 살기로 했다. 죄스러움을 지니고 있기로 했다. 도울 것은 돕고 나눌 것은 나누로 내 몫의 욕심을 가지지 않겠다. 나만 살리려던 기술로 남을 살리기 위해 애쓸 것이다. 사죄하기 위해 가족을 찾을 것이다. 만나길 원하지 않는다면 사죄의 마음을 다지며 돌아설 것이다. 삶이란 어떻게든 의미를 지니고 계속된다는 것을 기억하며, 겨우 살아가겠다.
불편한 편의점 감상평
등장인물이 많지 않습니다.
교사로 정년퇴임 후 편의점을 운영하는 70대 염여사
공시 준비생이며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인 시현씨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남편과 아들로 인해 울화에 찬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오여사
의료기기 영업사원이면서 참(참깨라면) 참(참치삼각김밥)참(참이슬)을 좋아하는 경만씨
연극인 겸 희곡 작가 버럭 대장 인경씨
운 좋게 첫 번째 사업에 성공했지만 사업 확장으로 실패 후 계속 사기를 당하고 이혼 후 염 여사의 편의점을 팔아 자신의 사업에 투자하길 바라는 철딱서니 없는 염 여사 아들 민식씨
민식을 돕는 것 같지만 사기 치기 위해 주변을 맴도는 기용씨
경찰이었지만 뇌물사건으로 해고된 경찰 출신의 흥신소 운영자 곽씨
그 외 잘나가는 염 여사의 딸과 사위, 진상 제이에스들, 짜몽을 찾던 불량 청소년 등등
알코올을 대신하는 옥수수수염차와 배려의 상징으로 나오곤 하는 열풍기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따뜻합니다.
70대 편의점 주인 염 여사가 우연히 파우치를 잃어버리고 그 지갑을 노숙자 독고 씨가 줍게 됩니다. 독고 씨는 알코올성 치매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고 몸과 마음이 지쳐 어눌한 말투와 행동을 보이지만 그의 우직함과 성실함을 알아본 염여사는 그를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로 채용합니다.
염 여사가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유는 이익을 남기기 위함보다는 삶의 최종 목표를 향해 나가기 위해 잠시 생활비를 해결하려는 목적을 가진 이들이 거쳐가는 장소면 충분하다고 여깁니다.
그에 맞게 편의점에는 서로 다른 삶의 무게를 지닌 사람이 거쳐가게 되고 독고 씨의 작고 사소해 보이는 행동은 이들의 무거운 어깨를 조금은 가볍게 만들어 줍니다.
작고 사소해 보이지만 무관심했던 우리 모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세상이 온통 사건과 사고. 시기와 질투와 비난으로 가득 찬 것 같은데 세상 어딘가에는 염 여사와 독고씨 같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아직 만나지 못했을 뿐 ...
'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의 추월차선 (0) | 2023.06.04 |
---|---|
알랭드 보통 불안 리뷰 (0) | 2023.05.31 |
인간 실격 감상평 다지이 오사무 (0) | 2023.05.30 |
아버지의 해방일지 리뷰 (0) | 2023.05.29 |
죽은 자의 집 청소 리뷰 (0) | 2023.05.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