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집 청소 / 김영사 / 김완
죽은자의 집 청소 줄거리와 감상평
"누군가 홀로 죽으면 나의 일이 시작된다"
작가가 특수 청소를 하면서 겪은 여러 에피소드를 책에 담고 있다.
누가 특수청소를 의뢰하는지, 무엇을 특수하게 청소하는지, 현장에서는 무엇을 느끼는지 .. 존재의 마지막 흔적을 세상에서 지워버림으로써 존재의 존엄성을 지켜준다고 말한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간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거나 이야기하는 것을 불경스럽게 생각하지만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늘 함께 있다. 그러나 가난한자의 죽음은 더 쓸쓸하고 고독한 것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참 소중한 너라서>
<행복이 머무는 순간들>
<아주 조금 울었다>
<내 마음도 모르면서>모두 마음의 위로가 필요한 사람을 위한 책이다.
서점에서 이 책들을 발견하고 집 혹은 집이라 불리는 캠핑장에서 읽기 위해 값을 치르며 그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텐트 안 랜프에 불을 밝히고 문장을 읽어나가며 그녀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누군가 그녀의 마음을 알아주고 이해했다면 스스로 삶을 저버리겠단 생각 따위는 하지 않고 어느덧 서른을 맞이하고 소중한 '너'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가끔은 울기도 하겠지만 행복한 시간 속에 머물며 살아갈 수 있었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삶을 온전히 영위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
캠핑라이프 p19
그 착한 여인은 어쩌면 스스로에게는 착한 사람이 되지 못하고 결국 자신을 죽인 사람이 되어 생을 마쳤다. 억울함과 비통함이 쌓이고 쌓여도 타인에게는 싫은 소리 한마디 못하고 남에게 화살 하나 겨누지 못하고 도리어 자기 자신을 향해 과녁을 되돌려 쏘았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죽일 도구마저 끝내 분리해서 버린 그 착하고 바른 심성을 왜 자기 자신에겐 돌려주지 못했을까? 왜 자신에게만은 친절한 사람이 되지 못했을까? 오히려 그 바른 마음이 날카로운 바늘이자 강박이 되어 그녀를 부단히 찔러온 것은 아닐까?
분리수거 p27
가난에 눈이 멀어. 혹은 가난에 눈이 뜨여 그 어떤 것에서든 궁핍의 냄새를 찾아내는데 솜씨를 발휘하는 청소부. 그 탁월한 솜씨가 행여나 가족에게 옮기지 않을까 늘 전전긍긍한다. 그의 시선에 닿는 곳곳에서 가난의 상징이 기지개를 켜고 몸을 일으킬 준비를 한다. 그가 보는 세상에서 빈익빈은 일상적이고 지당하다. 부익부는 먼발치에서 그저 누군가 읊조리는 대로 들어만 봤을뿐 일찍이 경험해 본바가 없다.
가난은 가난과 어울려다니며 또 다른 가난을 불러와 친구가 되고 부는 부와 어울리며 또 다른 풍요를 불러오는 것 같다. 가난해지면 필요적으로 더 고독해지는가? 빈궁해진 자에게는 가족조차 연락을 끊나보다 (중략)
가난한 자에게도 넉넉하다 뿐인가. 남아 넘쳐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우편물이다. 체납고지서와 독촉장. 가스와 수도와 전기를 끊겠다며 으름장을 놓는 미납요금 경고장. 달리 생각해보면 가족은 연락을 끊어도 채권자는 끊임없이 안부를 묻는 셈이다. 빚 있는 자의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은 혈육보다 오히려 채권자가 아닐까?
(중략)
목숨을 끊은 것은 분명 자신이겠지만 이 도시에서 전기를 끊는 행위는 결국 죽어서 해결하라는 무언의 권유 타살은 아닐까? 체납 요금을 회수하기 위해 마침내 전기를 끊는 방법. 정녕 국가는 유지와 번영을 위해 그런 시스템을 용인할 수 밖에 없느가?
주로 가난한 이가 혼자 죽는 것 같다. 그리고 가난해지면 더욱 외로워지는 듯하다. 가난과 외로움은 사이좋은 오랜벗처럼 어깨를 맞대고 함께 이 세계를 순례하는 것 같다.
가난한 자의 죽음 p42
자살을 결심하고 그 뒤에 수습할 일까지 염려하는 남자. 자기 죽음에 드는 가격을 스스로 알아보겠다며 전화를 건 남자. 도대체 이 세상에는 어떤 피도 눈물도 없는 사연이 있기에 한 인간을 마지막 순간으로 밀어 붙인 것만으로 모자라 결국 살아 있는 자들이 짊어져야 할 죽고 남겨진 것까지 미리 감당하라고 몰아 세울까?
가격 p199
수 많은 자살 현장을 오가며 죽은 자의 직업과 자살을 감행한 도구가 때때로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경악했다.
낯선 것을 찾기보다는 자기에게 익숙한 일상에서 가까운 것을 자살 도구로 선택한 것이다.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그들이 얼마나 많은 것을 인내했고 또 일하는 내내 얼마나 빈번히 죽고 싶은 충동에 빠졌을지 생각해보면 내 마음도 어느새 빛을 잃고 어둑해진다.
호모파베르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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